흑백요리사2 시청자들이 놀란 이유, 후덕죽은 왜 ‘상무님’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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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tents Plus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를 보다 보면 유독 귀에 남는 호칭이 있습니다. 중식 거장 후덕죽 셰프를 향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부르는 “후상무님”이라는 말입니다. 단순한 예능식 별명처럼 들리지만, 이 호칭이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후상무라는 호칭이 낯설지 않은 이유

후덕죽 셰프는 국내 대기업 역사에서 매우 드문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요리사로 시작해 실제로 삼성그룹 임원 자리에 오른 첫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흑백요리사2를 통해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면서, 이 사실이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방송만 보면 노련한 장인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의 커리어를 따라가면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현장에서 칼을 잡던 사람이 경영 테이블에 앉았던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후상무님’이라는 호칭은 예능적 장치라기보다, 그가 지나온 시간을 압축한 표현에 가깝습니다.

주방에서 시작된 40년 경력

후덕죽 셰프는 1977년 호텔신라에 입사해 중식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리사가 조직의 핵심 인재로 평가받는 일은 흔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호텔신라 중식당 ‘팔선’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쌓아갔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지점이 많은 시청자들이 놀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리를 잘하는 것과 조직의 신뢰를 얻는 일은 전혀 다른 영역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덕죽의 시간표를 보면, 기술과 운영, 사람 관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1995년, 요리사에게 주어진 다른 자리

전환점은 1995년이었습니다. 후덕죽 셰프는 조리사 최초로 이사에 선임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후 2005년에는 상무로 승진하며, ‘주방의 장인이 경영의 일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변화는 개인의 성취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시기 삼성은 학벌과 직군을 넘는 인사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간호부장, 헬기 조종사, 동물 사육사까지 임원으로 발탁되던 흐름 속에서 후덕죽 역시 그 상징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흑백요리사2가 만든 거리감의 변화

흑백요리사2 방영 이후 반응을 보면 공통된 말이 나옵니다. “그냥 요리 잘하는 어른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그의 태도와 말수 적은 리더십이, 이력과 연결되면서 다시 해석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사로만 소비되던 이력이 이제는 화면 속 장면과 겹쳐 보입니다. 주방을 바라보는 시선, 후배를 대하는 방식, 판단의 속도까지도 임원 시절의 경험으로 읽히는 순간이 많습니다. 흑백요리사2가 그 간극을 좁혀준 셈입니다.

지금 다시 불리는 이름의 의미

후덕죽 셰프의 이야기가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 분야를 오래 파고든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성공담을 넘어, 조직이 실력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흑백요리사2에서 들리는 “후상무님”이라는 호칭은 그래서 가볍지 않습니다. 과거의 인사 철학과 한 사람의 시간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의 이름이 다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