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20년 만에 돌아온 만큼 엄청난 기대를 모았는데, 성적이 예상보다 시원치 않다고요. 한국에서는 개봉 첫날 반짝 1위를 하더니 바로 2위로 밀려났고, 북미에서도 전작의 오프닝 스코어를 넘지 못했다는데요.
‘악마는 프라다2 20년만 첫 성적’,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번 영화는 20년 전, 악명 높은 패션 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와 꿈을 향해 달려갔던 앤디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럭셔리 브랜드 임원이 된 에밀리와도 재회하고, 또 변해버린 미디어 환경 속에서 패션계를 다시 한번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요. 특히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직접 한국에 와서 홍보를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열광했었죠.
그런데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이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북미 개봉 첫 주에 총 3,250만 달러 (약 480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2006년에 나왔던 전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첫 주말 2,75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처럼 보일 수 있어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오른 셈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기사를 자세히 보면, 전작의 첫 주말 수익이 2,750만 달러였는데, 이번 속편은 개봉 첫 주말이 아닌, 개봉 첫 주 전체 수익이 3,250만 달러라는 거죠. 즉, 같은 기간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비교하면 사실상 전작보다 못했다는 뜻입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들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졌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그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셈입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개봉 당일에는 ‘슈퍼 마리오 갤럭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곧바로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15만 7천여 명을 동원했을 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15만 3천여 명을 동원하며 아쉽게 2위에 머물렀죠.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며 한국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2위.
제가 보기엔, 2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메릴 스트립은 내한 당시 “20년이 필요했다”고 말하며 시나리오가 지금 나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지만, 관객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해주길 바랐던 마음과, 혹은 그 이상을 기대했던 마음이 다소 충족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한 가지 가능성은, 시대의 변화를 완벽하게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하지만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하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면, 관객들이 공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악마는 프라다’라는 이름값이 주는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20년 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단순한 패션 영화를 넘어, 꿈과 현실, 성장통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속편에서도 그런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을 텐데, 만약 이번 영화가 그러한 깊이를 담지 못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마치 추억의 맛집을 다시 찾았는데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이번 ‘악마는 프라다2’의 성적이 단순히 흥행 실패로만 볼 게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과거의 성공을 어떻게 계승하고 또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팬들이 보내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어떤 이야기로 관객들을 다시 사로잡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