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보보다 중요한 걷기 운동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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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tents Plus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합니다. 시간이 없을 땐 짧게라도 여러 번 걷는 게 나을지, 아니면 한 번에 길게 걷는 게 나을지 말입니다. 최근 연구는 이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걷기 운동의 ‘양’보다 ‘방식’이 심장 건강과 사망 위험에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짧게 여러 번 걷는 습관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걷기 습관을 살폈습니다. 대상은 하루 평균 8천 보 미만으로 걷는 3만3천여 명이었습니다. 평균 나이는 62세였고, 연구 시작 시점에는 심혈관 질환과 암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걷는 시간을 어떻게 나누는지에 따라 다시 분류됐습니다. 한 번에 5분도 채 걷지 않는 경우부터, 15분 이상 이어 걷는 경우까지 네 그룹이었습니다. 걷기 운동을 ‘쪼개는 방식’이 실제 결과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보기 위한 설정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쌓인 차이

약 10년에 걸친 추적 기간 동안 사망은 735건, 심혈관 사건은 3,119건 발생했습니다. 가장 눈에 띈 집단은 평균 5분 미만으로 걷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사망 위험 4.36%, 심혈관 질환 위험 13.03%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대로 한 번에 15분 이상 이어서 걷던 사람들은 결과가 달랐습니다. 사망 위험은 0.8%, 심혈관 사건은 4.39%로 가장 낮았습니다. 같은 걷기 운동이지만, 시간의 연속성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 셈입니다.

중간 시간대의 위치

5~10분, 10~15분으로 걷던 그룹은 그 사이에 위치했습니다. 5~10분 그룹은 사망 위험 1.83%, 심혈관 질환 위험 11.09%였습니다. 10~15분 그룹은 사망 0.84%, 심혈관 사건 7.71%로 더 낮았습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단순히 걷느냐, 안 걷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걷기 운동을 어떤 리듬으로 하느냐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덜 걷는 사람에게 더 크게 나타난 차이

연구진은 하루 걸음 수에 따라 참가자를 다시 나눴습니다. 하루 5천 보 미만인 그룹과, 5천~7,999보를 걷는 그룹이었습니다. 특히 덜 걷는 쪽에서 걷는 방식의 차이가 더 뚜렷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대목이 현실적입니다. 평소 활동량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잠깐씩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는 이런 생활 패턴에서 ‘짧게 여러 번’이 반드시 같은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

연구진도 한계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연령, 음주, BMI 등은 고려했지만 상관관계가 곧 원인은 아닙니다. 짧게 걷는 이유 자체가 이미 다른 건강 문제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또 걷는 시간 측정은 연구 초기에 한 번만 이뤄졌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습관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 운동에서 ‘연속 시간’이 중요하다는 신호는 분명했습니다.

만 보 기준이 남긴 오해

걷기 운동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숫자가 하루 만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의료 권고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일본의 한 만보계 회사 제품 이름에서 시작된 수치에 가깝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7천 보 안팎도 충분하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숫자를 채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한 번에 얼마나 이어서 걷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점점 또렷해지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달라지는 질문

이 연구는 걷기 운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시간을 쪼개는 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조금 늦더라도 이어서 걷는 것이 나은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고민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칩니다.

결과는 선택지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걷기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만 보던 시선에서 ‘어떻게 했는지’로 옮겨가게 합니다. 지금 걷고 있는 방식이 어떤 흐름에 놓여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