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8분 만에 끝난 전쟁
여러분은 혹시 “인류 역사상 가장 짧게 끝난 전쟁”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전쟁은 몇 달, 몇 년,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이어지며 수많은 피해를 남깁니다. 그런데 1896년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잔지바르에서는 단 38분 만에 전쟁이 끝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영국-잔지바르 전쟁입니다. 이 전쟁은 38분에서 45분 사이에 끝나버려 지금까지도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쟁의 원인
사건의 발단은 1896년 8월 25일에 있었습니다. 당시 술탄(왕과 비슷한 지위) 하마드 빈 투와이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영국과 사이가 좋은 인물이었는데, 그의 죽음 이후 새 술탄 자리를 두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후계자로 권력을 잡은 사람은 칼리드 빈 바르가쉬였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그를 새 술탄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자신들에게 더 우호적인 하무드 빈 모하메드를 술탄으로 세우고 싶어 했습니다. 사실 1890년에 체결된 협정에 따르면 술탄이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영국 영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칼리드는 이 절차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술탄을 자처했습니다.
영국은 이것을 전쟁의 이유로 삼았습니다. 영국 영사 바질 케이브는 칼리드에게 군대를 해산하고 궁전을 떠날 것을 요구했지만, 칼리드는 거절하고 궁전 안으로 들어가 무장한 채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최후통첩과 전쟁의 시작
8월 27일 아침 8시, 칼리드는 영국 측에 협상을 요청했지만, 영사는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구원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칼리드 측은 “우리는 깃발을 내릴 생각이 없고, 당신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영사는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반드시 발포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결국 오전 9시, 영국 해군 제독 해리 로슨은 전투 준비 신호를 내렸고, 9시 2분에 영국 군함들이 궁전을 향해 일제히 포격을 시작했습니다.

38분 만의 압도적인 승리
궁전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져 있었기 때문에 고폭탄 공격에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궁전 안에는 약 3,000명의 수비대와 하인, 노예들이 있었지만, 영국군의 강력한 무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포격은 궁전의 대포들을 순식간에 파괴했고, 건물 전체는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해상에서도 전투가 있었습니다. 술탄의 왕실 요트 글래스고우가 영국 군함을 향해 포격했지만, 곧 영국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 침몰했습니다.
육지에서도 술탄의 군대가 영국 편에 선 부대에 총격을 가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전투는 불과 대략 38분 후 오전 9시 38분쯤 끝이 났습니다.
피해 상황 차이
이 전쟁의 결과는 영국의 일방적인 승리였습니다. 술탄의 군대는 약 500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영국군은 단 한 명의 수병이 다친 것 외에는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양쪽의 전력 차이가 컸던 것입니다.
술탄 칼리드는 전투 중 궁전을 탈출해 독일 영사관으로 피신했습니다. 이후 독일의 도움으로 현재의 탄자니아 지역인 독일령 동아프리카로 도망쳤습니다.
전쟁 후 잔지바르의 운명
영국은 전투가 끝난 바로 그날 오후, 하무드 빈 모하메드를 새로운 술탄으로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잔지바르는 사실상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술탄이 존재했지만, 실제 정치는 영국이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전쟁으로 잔지바르는 독립국가의 지위를 사실상 잃었고, 영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강대국이 얼마나 쉽게 작은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이런 일들을 벌였던 것입니다.
영국은 전쟁에서 활약한 자국 인물들에게 훈장과 직위를 수여하며 공로를 인정했습니다. 로이드 매튜스 장군은 술탄의 군대를 지휘하다가 영국 편으로 돌아서 잔지바르 정부의 수상이 되었고, 영사 바질 케이브는 총영사로 승진했습니다. 로슨 제독은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이후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로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전쟁
영국-잔지바르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짧은 전쟁이었지만, 그 결과는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 38분 만에 한 나라의 주권이 무너지고, 그 뒤로 60년 넘게 영국의 지배가 이어졌습니다.
이 전쟁은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전쟁”이라는 기록을 넘어, 국제 사회에서 힘의 불균형이 얼마나 극단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작은 나라가 강대국의 힘 앞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역사적 교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8분만에 전쟁이 끝나게 된 것이 누군가는 헛웃음을 칠 일이겠지만 당시 많은 나라들이 잔지바르와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당시 세계 정세가 이런 힘의 불균형이 팽배해 있음을, 그래서 어떤 나라들은 너무 쉽게 강대국들의 지배를 받게 될 수 밖에 없었음을 이 전쟁을 통해 알았으면 합니다.